
평일 목요일 첫 라운드인데도 갤러리가 홀마다 빽빽하게 들어찼습니다. 2024 LIV 골프 코리아가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열렸고, 저는 직접 가지 못한 채 영상으로만 지켜봤습니다. 보면 볼수록 현장을 놓친 게 아쉬웠습니다.
평일에도 갤러리가 넘쳤던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목요일 개막 라운드에 저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줄은 몰랐거든요. 작년 송도 1라운드보다도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이 현상을 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제 골프 팬들은 'PGA냐 LIV냐'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존 람, 브라이슨 디샘보, 세르히오 가르시아 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눈앞에 있으면 그냥 보러 가는 거죠.
갤러리(Gallery)란 골프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관중을 뜻합니다. 일반 스포츠의 관중석 개념이 없는 골프 특성상, 갤러리는 선수와 함께 코스를 이동하며 경기를 따라다니는 방식으로 관람합니다. 이 구조 자체가 골프 현장의 열기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은 페어웨이 굴곡이 많고 홀마다 지형이 복잡한 코스입니다. 경사가 급한 구간이 많아 그린 스피드가 예민하게 작용하고, 핀 위치에 따라 퍼트 라인이 크게 달라집니다. 제가 방송 화면으로 보기에도 선수들이 경사를 읽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국내에서 LIV골프가 열린 배경을 살펴보면, 한국 골프 시장의 규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내 골프 인구는 최근 급격히 증가했으며, 2023년 기준 국내 골프 참여 인구는 약 56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출처: 한국골프산업연구소).
디샘보의 파5 도그렉 공략, 그 소름돋는 순간
제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선수는 단연 브라이슨 디샘보였습니다. 직접 현장에 가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던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디샘보는 파5 좌 도그렉 홀에서 포어 캐디의 신호를 받아 나무와 산을 통째로 넘겨버리는 샷을 선택했습니다. 도그렉(Dogleg)이란 홀이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꺾여 있어 일반적으로는 코너를 따라 공략해야 하는 홀 형태를 말합니다. 그 꺾임 자체를 직선으로 가로질러 버리는 게 장타자만이 쓸 수 있는 전략입니다.
포어 캐디(Fore Caddie)란 선수가 친 공의 낙하 지점을 미리 이동해 확인하고 신호를 주는 역할입니다. 시야가 막힌 홀에서 선수가 공을 맹신해서 치는 것이 아니라, 포어 캐디의 확인 신호를 받고 공략 방향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디샘보가 그 신호를 받고 스윙한 순간, 볼 추적 레이더 데이터상 공은 나무를 완전히 넘어 페어웨이에 안착했습니다.
디샘보의 볼 스피드는 186마일에 달했습니다. 볼 스피드(Ball Speed)란 클럽 헤드가 볼을 임팩트하는 순간 공이 출발하는 속도를 의미하며, 비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수치입니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의 볼 스피드가 100~120마일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체감됩니다.
결과적으로 디샘보는 그 홀에서 버디를 기록했습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저는 현장에서 직접 봤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LIV골프를 둘러싼 논란, 지금은 어떤가
처음 LIV골프가 출범했을 때의 분위기를 기억하시나요? 저도 당시엔 반신반의했습니다. PGA 투어를 떠나 LIV로 이적한다는 건, 전통보다 돈을 택했다는 시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LIV골프의 우승 상금 구조는 PGA 투어와 비교해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개인전 우승 상금 외에도 팀 성적에 따른 별도 보너스가 주어지는 방식이라, 선수 입장에서는 출전 자체만으로도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입니다. 비판론자들이 'PGA의 경쟁 구조를 약화시킨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LIV골프를 바라보는 시각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22년 초반: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자본을 앞세운 '돈 잔치'라는 비판이 지배적
- 2023년: 존 람, 브라이슨 디샘보 등 전·현 세계랭킹 1위 선수들의 합류로 분위기 전환
- 2024년: 부산 갤러리 폭증, 한국 팬들의 현장 관심 급증으로 대중화 국면 진입
저는 지금도 LIV와 PGA 중 어느 쪽이 '진짜 골프'냐는 논쟁은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뛰고, 팬들이 열광한다면 그것 자체가 골프의 확장 아닐까요.
LIV골프는 PIF(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요 투자자로, 스포츠를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BBC Sport).
최종 순위와 한국 선수들의 선전
4라운드 최종 결과, 우승은 호아킨 니만이 차지했습니다. 제가 응원하던 디샘보는 최종 3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1라운드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플레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송영한의 활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글 퍼트를 포함해 여러 차례 버디 기회를 만들어냈고, 코리안 선수 중에서 갤러리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 중 하나였습니다. 새롭게 코리안 골프 클럽에 합류한 문도엽도 마지막 홀까지 안정적인 샷을 이어갔습니다.
개인전은 세 명이 5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이루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 KPGA나 KLPGA도 꽤 자주 보러 가는 편이지만, LIV 수준의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는 밀도가 다릅니다. 특히 그린 주변의 칩샷과 퍼트 정확도에서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유튜브와 SNS로 지켜보면서 대리만족은 했지만, 다음에 국내에서 이런 규모의 대회가 열린다면 무조건 현장에서 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번 LIV골프 부산 대회는 저에게 꽤 많은 걸 남겼습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은 물론이고, PGA와 LIV의 구도를 떠나 골프 자체의 매력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고 있다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다음 대회 일정이 발표된다면 미리 휴가를 맞춰두는 게 맞습니다. 직접 코스를 걸으며 갤러리로 따라다니는 경험, 한 번도 안 해본 분에게는 강력히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