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골프장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 시절, 예약을 잡으려면 며칠 전부터 앱을 들여다봐야 했던 그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거 차려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을 꽤 오래 품었습니다. 결국 안 했고, 지금은 솔직히 안도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코로나 특수와 MZ 유입, 그 거품은 얼마나 컸나
30대가 대거 유입됐습니다. SNS에 골프복 차림으로 스윙하는 사진을 올리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됐고, 스크린골프는 그 진입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이른바 코로나 특수(pandemic demand surge)라는 현상이었습니다. 코로나 특수란 해외여행이나 실내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막힌 상황에서 특정 업종에 소비가 집중되는 수요 쏠림 현상을 말합니다. 골프 산업이 그 수혜를 고스란히 받았고, 스크린은 특히 접근성이 높아 젊은 층 유입이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저도 그때 골프존 비전 기준으로 인수금액이 1억 원 안팎이라는 걸 알고 꽤 진지하게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룸 하나당 평수기 기준 시간당 이용료가 550원 전후였고, 방만 꽉 차면 충분히 수지타산이 맞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보면 그건 거품의 정점에서 바라본 숫자였다는 게 보입니다.
그 거품이 끝났을 때 남은 건 올라간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였습니다. 골프장들은 특수 기간에 모든 요금을 올렸고, 소비자들은 한 번 필드에 나가면 최소 30만~50만 원이 드는 구조를 경험했습니다. 채 구입비, 골프화, 골프 의류까지 감안하면 입문 비용만 수백만 원이 쉽게 넘어갑니다. 결국 "해봤는데 이건 좀 아니다"라고 느낀 2030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스크린 손님도 따라서 빠졌습니다.
매출감소와 고정비의 역설, 업주는 왜 버티기 어려운가
지금 스크린골프장 앱을 열면 양도 매물이 예전보다 두세 배는 많아졌다는 말이 현장에서 나옵니다. 저도 가끔 들르는 근처 스크린에서 체감이 됩니다. 예전엔 저녁 시간에 젊은 손님이 가득했는데, 요즘은 오전 타임에 중장년층이 주로 보이고 저녁은 한산합니다.
이 변화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크린골프장 이용료는 오전·오후가 저녁보다 저렴하게 책정돼 있어서, 가격에 민감해진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낮 시간대로 옮겨갔습니다.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이 줄어든 탓입니다. 가처분소득이란 세금이나 필수 지출을 제외하고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을 말합니다. 이게 줄면 가장 먼저 취미와 여가 지출부터 줄어듭니다. 골프는 생존에 필수가 아니니까요.
손님이 줄어드는 것만도 아닙니다. 와도 예전처럼 식음료를 시키질 않습니다. 게임만 치고 가는 손님이 훨씬 많아졌다는 건 현장 업주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입니다. 스크린골프장은 이용료 수익만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아니라, 식음료 부대 매출이 전체 수익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 부분이 반 토막 났으니 업주 입장에선 이중고가 됩니다.
고정비 부담은 줄지 않습니다. 임대료, 인건비, 전기세, 기계 사용료, 예약 앱 이용료가 모두 올랐습니다. 특히 기계 사용료의 경우, 스크린골프 플랫폼 업체에 매월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 구조라서 손님이 없어도 고정 지출이 발생합니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도 지출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어있으니, 남는 게 없는 구조가 됩니다. 2024년 국내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출처: 통계청).
업주가 버티기 어려운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손님 수가 전성기 대비 30~40% 감소하며 이용료 수익 자체가 급감
- 식음료 매출도 동반 감소해 부대 수익 사실상 소멸
- 전기세, 기계 사용료, 예약 앱 수수료 등 고정비는 오히려 상승
- 이용료는 경쟁 때문에 올리기 어렵고, 그대로 유지하는 곳이 대부분
과잉공급의 함정, 기계 교체 주기까지 겹치면
스크린골프 창업을 생각할 때 제가 가장 크게 간과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기계 교체 주기 문제입니다.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는 대략 4~5년 주기로 세대가 바뀝니다. 신형 기계가 출시되면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새 장비가 들어온 곳으로 이동합니다. 업주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다시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업그레이드 비용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 구조를 업계에서는 자본비용(capital expenditure, CapEx) 함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CapEx란 기업이나 사업자가 장비, 시설 등 유형 자산을 취득·개선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수익이 날 때마다 재투자가 반복되다 보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수익이 생각보다 훨씬 적어집니다. 초기 시설비가 5억 원이 들었다면, 4~5년 뒤 다시 그 절반 이상을 써야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과잉공급(oversupply) 문제가 더해집니다. 과잉공급이란 시장의 수요보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진 상태를 말합니다. 코로나 특수 시절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지식산업센터나 복합 상업 건물 하나에 다른 브랜드 스크린이 층마다 들어서는 일도 생겼습니다. 골프존, K골프, 브라보 등 메이저 브랜드만 해도 여러 개인데, 중소 브랜드까지 합치면 십수 개가 넘습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 편의점처럼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환경에서 급매 매물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시설비 5억을 들였더라도 2억 5천에 내놓고 손실을 감수하면서 빠져나가려는 업주들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레저·스포츠 관련 소비 지출은 경기 민감도가 높은 선택적 소비 항목으로 분류되며, 경기 위축 시 가장 먼저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결국 저는 그 시절의 결정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린골프 창업은 단순히 룸 몇 개 만들고 예약 받는 장사가 아닙니다. 기계 사용료, 플랫폼 수수료, 교체 주기, 경쟁 구도까지 모두 안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입니다. 지금처럼 손님이 40% 빠진 시장에서 처음 진입했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골프 산업 전체가 좀 더 캐주얼하고 가격 부담이 낮은 방향으로 바뀐다면 스크린 수요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 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지, 창업을 고민 중이라면 현재 시장의 실제 수익 구조를 먼저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순서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창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