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도 한때 스크린골프장을 차려볼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예약이 꽉 차고 사람이 넘쳐나는 걸 직접 보면서 '이거 되는 사업이다'라는 확신이 생겼거든요. 그런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스크린골프 과잉포화, 숫자로 보면 더 심각하다
제가 처음 골프를 접하고 스크린골프에 빠졌을 때가 코로나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해외여행도 못 가고 갈 곳도 마땅치 않으니, 젊은 사람들까지 스크린골프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당시엔 예약을 잡으려면 며칠 전에 미리 잡아야 할 정도였고, 저도 '이 사람들이 다 내 손님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진짜로 했습니다.
그때 알아보니 골프존 비전 브랜드 기준으로 기존 매장 인수 금액이 1억 원 안팎이었습니다. 부업으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시장을 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골프존 매장 수는 6,000곳을 넘었고, 카카오VX와 SG골프까지 합치면 상위 3개 브랜드만 9,000개에 육박합니다. 기타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전국 스크린골프장은 1만 개를 넘습니다. 전국 스타벅스 매장이 약 2,000개 수준임을 감안하면, 스크린골프장이 카페보다 5배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시장 포화도(Market Saturation)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포화도란 특정 시장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신규 진입자가 이익을 내기 어려워진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손님 수는 그대로인데 가게 수만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매장끼리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스크린골프장의 급매물과 양도 물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자영업자 폐업률은 지속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여가·레저 업종의 위축이 두드러집니다(출처: 통계청).
스크린골프 창업의 비용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방 1개당 시스템 구축비: 9,000만 원~1억 원
- 방 5개 기준 총 투자비: 약 5억 원
- 저가형 브랜드 선택 시에도 최소 3억 5,000만 원 이상
- 투자비 대비 시스템 구축비 비중: 60~70%
- 투자 회수 기간: 수익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최소 4~5년
이 구조만 봐도 쉽게 뛰어들 사업이 아닙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매출이 반 토막 나는 상황이라면 투자금 회수는 요원한 이야기가 됩니다.
고정비의 함정과 골프존 실적이 보내는 신호
제가 직접 요즘 스크린골프장을 이용해보면서 느끼는 게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녁 타임을 잡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은 예약 앱을 열면 바로 자리가 납니다. 오전 타임은 할인 요금 덕에 그나마 손님이 있지만, 저녁 늦은 시간대는 확연히 손님이 줄었습니다. 동호회 단체 예약이라도 없으면 방이 비어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스크린골프장은 골프를 치는 공간만 파는 게 아닙니다. 음식과 음료 매출이 전체 수익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요즘은 음식을 시키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지니 치킨이나 안주를 시키던 사람들도 그냥 음료 하나로 때우는 분위기입니다. 매출이 빠지는데 임대료, 인건비, 전기세 같은 고정비(Fixed Cost)는 그대로입니다. 고정비란 매출 규모에 관계없이 매달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매출이 줄어도 비용은 그대로 나가니, 수익이 먼저 바닥을 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가맹점 운영 시 피할 수 없는 비용이 또 있습니다. 바로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입니다. 스크린골프 기계는 일정 주기마다 교체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어렵게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싶으면 다시 목돈이 나가는 구조입니다. 제가 그때 이 부분까지 꼼꼼히 따져봤다면 창업 고민을 더 빨리 접었을 겁니다.
업계 1위인 골프존의 실적도 이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2025년 3분기 기준 골프존의 영업이익은 1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 급감했고, 매출도 1,208억 원으로 17% 줄었습니다. 1, 2분기 역시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골프존의 주가는 2023년 초 14만 원을 넘겼다가 지금은 6만 원대로 반토막 이상 떨어진 상태입니다.
여기서 영업이익률(Operating Profit Margin)이라는 지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이란 매출에서 매출 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제외하고 남은 이익의 비율로, 기업의 본업 수익성을 나타냅니다. 업계 1위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이렇게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수축 국면에 들어갔다는 신호입니다. 증권사들도 잇달아 골프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의 가맹점 현황과 매출 추이에 대한 분석도 이와 같은 흐름을 뒷받침합니다(출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과잉 출점으로 인한 가맹점 수익성 저하는 비단 골프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유독 큰 스크린골프 업종은 그 충격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결국 지금 스크린골프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하나입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준 수요 급등이 끝났고, 그 시기에 몰린 대규모 투자금은 지금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향방은 국내 경기 회복 여부, 그리고 골프존처럼 규모 있는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때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솔직히 안도가 됩니다. 퇴직금이나 목돈을 넣었다면 지금 매우 힘든 상황에 놓였을 겁니다. 스크린골프 창업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지금의 시장 구조와 고정비 부담을 반드시 꼼꼼하게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붐이 지나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진입 타이밍보다 훨씬 더 냉정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창업 조언이 아닙니다.